앞서 의사결정에는 대안에 대한 평가가 포함된다고 하였다. 평가란 평가요소에 대한 반응이며, 다변적 요소를 반영한다. 즉, 1) 어떠한 대상의 2) 다양한 특성들 중 3) 일부 특성(평가요소)에 대한 4) 반응이 평가라는 행동이다. 예를 들어 사과의 과실등급을 평가한다고 하자. 사과의 경우 색, 당도, 향, 신선도 등 다양한 속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전문가는 이를 바탕으로 등급을 평정할 것이다.
지원자 평가 역시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서 어떤 지원자가 4 과목에 대하여 필기시험을 쳤고 그 결과는 (102, 93, 89, 110)과 같이 나타난다고 하자. 그렇다면 평가자는 이 지원자에 대하여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구체적으로는, 이러한 정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훌륭한 평가자는 평가 맥락에 맞는 관련정보에 더 큰 비중을 두어 평가할 것이다. 이처럼 좋은 평가는 각 속성에 대한 값이 의사결정에 적절한 비율로 반영되는 경우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각 특성에 대한 민감도가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민감도란 어떠한 특성의 값이 변화하는 정도가 우리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뜻한다. 예를 들어서 1kg와 2kg의 금괴가 있다고 하자. 만약 A라는 사람이 2kg의 금괴를 구매하기 위해서 1kg의 금괴와 동일한 가격만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면 이 사람은 금괴의 무게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것이다. 반대로 금괴의 무게에 대하여 지불용의가 급속도로 커진다면 그 사람은 금괴의 무게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평가를 수리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하였다. 특히, 임의의 대안 x는 다양한 특성들을 수치화한 벡터로 표상될 수 있으며, 이러한 벡터가 가치를 결정하는 함수의 변수로 들어감을 서술했다. 이 관점에서 민감도가 높은 변수가 한 단위 변화하는 것은 민감도가 낮은 변수의 한 단위 변화보다 가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즉, 민감도란 각 변수에 대한 계수(slope)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민감도를 결정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제안된 개념이 평가용이성(Evaluability)이다. 평가용이성은 평가자가 어떠한 특성(평가요소)값의 바람직성을 추정하고 이를 평가에 반영하기 위하여 사용할 수 있는 참조정보의 수준이다. 즉, 어떠한 평가요소의 평가용이성이 높다면, 평가자는 해당 평가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평가에 반영하게 될 것이다.
이 개념은 원래 하나의 대상만 평가하는 상황과 복수의 대상을 동시에 평가할 때 발생하는 차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제안되었다. 예를 들어서 중고시장에서 사전을 사려고 한다고 가정해보자. 사전 A는 10,000개의 단어가 등재되어 있고 거의 새것과 같다. 사전 B는 20,000개의 단어가 등재되어 있고 표지가 찢어져 있다. 개별적으로 평가했을 때(사람들이 사전 A 혹은 사전 B만 보았을 때), 사람들은 사전 A에 대한 지불용의가 더 높았다. 반면에 두 개의 사전을 모두 본 사람들은 사전 B에 대한 지불용의가 더 높았다.
상기한 중고 사전의 예시에서 사람들은 두 사전을 따로따로 평가할 때, 상품의 손상도(사전이 찢어져 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으나 사전에 등재된 단어의 수에 대해서는 민감하지 않았다. 그런데 두 사전을 함께 두고서 비교하며 평가하는 상황에서는 사전의 단어 등재 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평가반전(evaluation reversal)이라 하여, 평가 상황에 따라 어떤 평가요소가 평가에 중점적으로 반영되는지 달라짐을 보여준다. 즉, 인간의 사고가 맥락에 독립적으로 언제나 일관적이고 합리적이지는 않음을 보여준 것이다. Hsee(1996)는 평가반전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기재로 평가용이성 개념을 도입하여 평가방식에 따라 평가용이성이 다르고, 이 때문에 각 특성에 대한 민감도가 바뀌어 평가 결과가 달라진다는 설명을 했다.
Hsee와 Zhang(2010)에서 제안한 일반 평가용이성 이론(General Evaluability Theory)은 이러한 접근법을 확장한 것이다. 이 이론은 평가방식에 따라 평가용이성이 결정되며, 그에 따라 각 평가요소에 대한 민감도가 달라진다는 설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어떤 요인들이 평가용이성을 결정하는지, 그리고 요인 간 관계를 기술함으로써 다양한 상황에 대한 예측을 제공한다. 이어지는 글은 일반 평가용이성의 제언을 정리하고, 이를 면접 상황에서 적용해 보도록 하겠다.
Hsee, C. K. (1996). The evaluability hypothesis: An explanation for preference reversals between joint and separate evaluations of alternative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67(3), 247-257.
Hsee, C. K., & Zhang, J. (2010). General evaluability theory.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5(4), 343-355.